Beyond the Journal: The science of communication

언론의 조명 속에서

17 Aug 2021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면 가상화폐로 돈을 지급하고 배설물은 에너지와 퇴비로 전환되는 곳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32개국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250개의 기사를 내고, SNS에서는 800번 언급된 곳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고 있는 팀은 이러한 언론의 관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루스 프란시스 기자

사이언스월든 생활형 연구실은 울산과학기술원 (UNIST: Ulsan National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캠퍼스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 이곳은 UNIST 과학자들이 개발한 곳으로 주거형 실험실, 공학 실험실, 텃밭 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비비화장실(BeeVi Toilet)이라는 것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의 똥을 에너지로 전환하며, 용변 후에는 꿀이라는 가상화폐로 돈도 지급하는 화장실입니다. 지급받은 꿀은 캠퍼스 내에서 물건을 사는데 쓸 수 있습니다. 조재원 교수를 선장으로 한 사이언스월든 프로젝트 팀은 상품, 재화 및 서비스를 기존의 화폐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롭게 고찰해볼 시각을 제시한 것입니다.

생물학 혐기성 정화조를 이용해 메탄 가스와 같은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해내고, 남은 찌꺼기는 퇴비가 됩니다. 메탄 가스의 경우 본래는 대기로 방출될 것을 부엌의 가스레인지를 켜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을 만드는 데 이용되며, 발전기를 통해 에너지로 생산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똥을 이용해 가상화폐를 실현하는 시스템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의 포화 속을 헤치며 프로젝트 팀을 찾아 나선지 몇 주, 드디어 사이언스월든 센터장 조재원 교수님과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사이언스월든 센터장 조재원 교수 (Prof. Jaewon Cho, the Director of Science Walden Center)

이렇게 언론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셨나요, 아니면 갑작스럽기만 하신가요?

조 교수: 네.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비비화장실과 꿀화폐가 어떤 것을 실현할 수 있는지의 가능성과 현실세계와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 이야기가 전해지고 큰 관심을 받기 전에도 언론과 인터뷰를 하신 적이 있으신지요?

조 교수: 한달 전쯤 한국 유튜브 뉴스채널 스브스뉴스에서 (SUBUSU News) 에서 비비화장실과 가상화폐 그리고 똥본위화폐에 (fSM: feces-Standard Money) 관한 방송기사를 만들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 뉴스 보도가 나간 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한국 로이터스에서 UNIST 대외협력 사무실로 전화가 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보도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Reuters 비디오 보기(영어)
SUBUSU 비디오 보기

혹시 언론과의 대외협력 관련 교육을 받으신 적이 있으신지요? 아니면 기자들과 만나기 전 사전준비를 하시는지요?

조 교수: 대외협력 교육은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연구자이고 공학자로서 인문학 분야 동료들과 함께 사이언스월든 프로젝트 하에 학제간 연구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사이언월든 팀 내 그 누구도 대외협력 담당은 없으며, 적극적으로 언론에 홍보하려 노력해본 적도 전무합니다. 하지만 언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에 기자들이 접촉해 올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영어로 진행될 경우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 인터뷰 준비를 하며, 제 동료 중 영어 원어민이 있어서 필요할 경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 보통 얼마 정도 인터뷰를 하시나요?

조 교수: 언론사에 따라 다릅니다. 기자들이 저의 연구실 과일집(Science Cabin, 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을 방문할 경우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연구실 이곳 저곳을 촬영합니다.  전화 인터뷰의 경우에는 보통 10-20분 정도 인터뷰를 하며, 어떤 언론사는 6분 정도 인터뷰를 한 적도 있습니다. 

전 세계인들이 비비화장실과 똥본위화폐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희밍사항을 말씀하시면서 특히 아직도 수도, 에너지, 퇴비 등의 자원이 부족한 북한과의 협력 비전도 말씀하신 적이 있으십니다. 향후에 정말로 이 계획을 추진하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조 교수: 예전에 북한을 위한 채널이 있는 라디오 프리 아시아 (RFA: Radio Free Asia)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길은 아직 없기에 지금으로써는 우리 프로젝트를 최선을 다해 홍보하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언론에 우리 프로젝트가 더욱 알려지게 되어 미래 언젠가 우리 프로젝트가 얼만큼 발전했는지 궁금해하며 연락이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비비화장실과 똥본위화폐의 앞으로 도전과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조 교수: 특히 시스템의 경제적 가능성 문제에 있어 아직 넘어서야 할 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등장과 그에 따른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얼만큼 그 변화를 받아들이냐의 의지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고 자연에 더욱 가까워질 의지를 보여줄 때만이 경제적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비화장실

인간의 똥은 처리되어야만 할 존재일 뿐만 아니라 처리 후에도 주변 어딘가로 버려져야 할 존재입니다. 하지만 가장 신뢰할 수 있고 가장 지속가능한 바이오 에너지 원이기도 하지요. 버려지는 존재에는 그에 상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대변을 에너지, 전력, 심지어 돈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 바로 비비화장실입니다. 비비화장실은 변기, 오물수거 파이프, 생물 혐기성 소화조 등 메탄 가스와 같은 바이오에너지 생산 시스템, 메탄 가스를 이산화탄소로부터 분리하는 시스템 그리고 찌꺼기를 퇴비로 만드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이언스월든 팀은 꿀을 단위로 하는 똥본위화폐를 만들었고, 일반인들이 비비화장실을 이용해 하루 평균 만들어내는 바이오에너지와 퇴비의 가치를 10꿀이라 정의하였습니다. 

내가 번 꿀의 30퍼센트는 지급받는 즉시 네트워크 내의 타인들과 공유해야만 합니다. 꿀은 공유하고 지출함으로서 활성화되며, 만약 계좌에 묵혀둘 경우 종국에는 소멸되어 버리는 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의 축적과는 거리가 먼 화폐이며, 끊임없이 순환하고 사용되어져야만 하는 화폐이지요.

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이자율이 마이너스 7퍼센트가 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30일 동안 꿀을 쓰지 않고 묵혀둘 경우 꿀의 가치는 종국에 영이 되고 맙니다. 꿀은 쓰라고 있는 돈이지 저장하라고 있는 돈이 아니다라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기제인 것입니다. 꿀은 사용을 위해 공유를 위해 존재하며, 사회적 선을 행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화폐’와는 정반대입니다. 일반화폐의 경우에는 내 손에 직접 혹은 은행계좌에 보유하고 있을 때도 액면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며, 소액의 이자가 붙기도 합니다. 꿀과는 달리 일반화폐는 자본으로서 존재하며 교환의 수단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꿀은 자연 속 다른 요소와 마찬가지로 순환하는 존재입니다. 

사이언스월든

사이언스월든은 과학기술이 인문, 예술과 만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개인소외, 소통의 부재, 경제적 어려움 문제를 해결하고자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 사회에서 실현하고자 결성된 참여 과학자 예술가 커뮤니티이며, 과학과 예술의 융합 집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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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프란시스 기자는 스프링어 네이처 지(誌) , 바이오메드 센트럴 지, 영국 암 학회 지, 킹스컬리지 런던 지 등 학계 및 출판계에서 활약해온 베테랑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입니다.